제25호분 전경. 함안군 제공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 중인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에서 보물급 희귀 등잔형 토기가 다수 출토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경남 함안군과 재단법인 우리문화재연구원은 30일 가야읍 현지에서 열린 학술 발굴조사 보고회에서 "지금까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말이산 고분군의 가장 남쪽에 있는 제25, 26호분 고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등잔형 토기가 나왔다"고 밝혔다.

제25호분에서 출토된 등잔형 토기는 높이 15.6㎝, 너비 21.3㎝ 의 대형으로 굽다리 형태의 전형적인 아라가야 토기 형식이다. 제작 기법으로 미뤄 아라가야인이 직접 만든 독창적인 유물로 평가된다고 연구원은 덧붙였다.

굽다리 상부에 둥근 원통관이 연결돼 기름을 부으면 일정하게 유량이 유지되면서 여러 개의 등잔에 불을 밝힐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 제25호분에서 출토된 등잔이 7개가 연결된 등잔형 토기. 
 
또 원통관 상부에는 심지를 꽂을 수 있는 높이 2.1㎝, 지름 6.1㎝ 크기의 등잔 7개가 연결돼 있다. 이는 지금까지 확인된 등잔형 토기 가운데 가장 많은 등잔이 부착된 것이다.

등잔형 토기는 경주를 중심으로 하는 신라지역에서 일부 출토된 사례가 있지만, 대부분 4∼6개의 등잔이 하나의 둥근 원통관에  연결된 다등식 등잔형 토기다. 앞서 가야문화재연구소가 1993년에 발굴조사한 말이산 고분군 39호분에서는 소형의 등잔형 토기 2점이 출토된 바 있다.

함안군과 연구원은 말이산 고분군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말이산 고분군 종합정비 기본계획을  수립, 지난 6월부터 7개월여 동안 제25, 26호분에 대한 학술 발굴조사를 벌였다. 25, 26호분은 봉분의 직경이 각각 30m의 초대형 고분이다. 25호분은 아라가야 왕묘로 추정되고, 26호분은 최고 지배층의 고분에 해당한다.

함안군 관계자는 "일제 강점기 이후 20번째 이뤄진 이번 발굴조사는 말이산 고분군의 주능선 상에 지어진 왕묘급 고분 가운데  해방  이후 우리 손으로 실시한 최초의 전면적인 발굴조사여서 고고학사적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이성훈 기자 lee777@